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 그리고 문학가인 드니 디드로 소설. “비윤리적으로 윤리적인” 한 건달의 기구한 운명을 생생한 대화를 통해 활기차게 그려내고 있다.
철학자 디드로는 어느 날, 장기 두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레장스 카페에서 유명한 음악가 장 필리프 라모의 조카인 장 프랑수아 라모를 만난다. 파리에서 “가장 괴상한 인물”인 조카 라모는 음악가이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온갖 직업을 전전하고 온갖 추문에 휘말리며, 하루하루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건달이다.
그는 이제까지 몰상식한 아첨꾼과 광대놀음을 한 대가로 편안하게 살고 있던 집에서 “평생에 단 한 번 상식을 가졌다”라는 이유만으로 쫓겨난다. 그는 이를 보복하기 위해 자신의 옛 보호자들과 그들의 집에 드나드는 식객들을 헐뜯으며, 철학자 디드로를 상대로, 재능과 도덕, 음악, 연극 등에 관해 중구난방의 토론을 벌이는데….
《라모의 조카》는 매우 기구한 운명을 가진 책이다. 이 소설은 “비윤리적으로 윤리적인” 한 건달의 기구한 운명을 이야기하지만, 그 책 자체의 운명도 역시 기구했다. 프랑스어로 쓰인 이 책은 괴테의 독일어 번역본으로 먼저 출간되었다. 한 독일 장교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서관에서 불법적으로 빼돌린 원고의 한 사본이 독일로 흘러들어가 괴테의 손에 닿았던 것이다. 이 괴테의 번역을 다시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디드로의 원고라고 속였던 사기출판사건을 거쳐, 센 강변의 한 고서점에서 먼지에 쌓인 디드로의 친필 원고가 발견됨으로써 이 소설의 정본이 출판될 수 있었다. 《라모의 조카》는 한 무뢰배의 삶을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악한소설의 한 유형이면서 동시에 진지한 철학소설이다. 이 작품에 관해, 괴테는 그 주인공이 모든 아첨꾼들과 모든 노예들의 편을 들고 그 떨거지들을 대표하면서도, 생생하고 발랄한 개성과 시적 재능을 지닌 한 인간이라고 말한다. 헤겔은 《정신 현상학》에서 정신이 부정에 이르는 어떤 순간, 즉 ‘순수사유’와 퇴폐의 순간을 설명하기 위해 이 작품을 이용하며, 대혁명 직전의 프랑스가 그 순간을 화신하였다고 말한다.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의 역사》에서 미셸 푸코는 ‘의도적인 미친 짓의 세계’와 ‘광기의 세계’ 사이의 단절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라모의 조카》를 소개한다. 무질서를 질서의 체계로 만든 이 소설은 모든 합리적 체계가 의혹의 대상이 된 시대, 바로 우리 시대의 텍스트이다.
라모의 조카
해설-철학자와 시인
디드로 연보
역자 후기 및 감사의 말
저자 : 드니 디드로
Denis Diderot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문학가. 1713년 랑그르에서 출생, 1732년 파리대학을 졸업했다. 사상가로서 그는 회의주의에서 출발하여 이신론理神論으로 옮겨 갔으며, 《맹인에 관한 서한》에서는 무신론의 경향을 내보이며 벌써 유물론의 시각으로 세계를 설명하려 한다. 1745년 디드로는 한 출판업자로부터 영국의 이프레임 체임버스가 출판한 백과사전《사이클로피디아Cyclopaedia》의 프랑스어 번역을 의뢰받자 새로운 《백과전서Encyclopedie》의 출간을 제안하고 직접 편찬사업에 착수하였다. 처음 달랑베르와 함께 그 편집책임을 맡았던 디드로는 20여 년에 걸쳐 볼테르, 몽테스키외, 루소 등 당시 계몽사상가들을 총동원하여 본문 17권, 도판 11권에 달하는 대사... more
